탱고 이야기

Miguel A. Zotto 선생님께 개인 레슨을 받고 왔어요

Miguel Ángel Zotto는 2000년 아르헨티나 국립 탱고 아카데미가 인정한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탱고 무용수 3인 중 한 명입니다. 나머지 두 사람은 Juan Carlos Copes(1931–2021)와 María Nieves(1934–2026)로 이 두 사람은 탱고를 공연 예술로 발전시킨 전설적인 커플입니다. 그리고 Miguel은 탱고의 전통과 현재를 잇는 현대 탱고의 대표적인 무용수로 널리 인정받고 있지요. 특히 밀롱가는 아직까지도 Miguel의 경지를 따라갈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Miguel의 동생인 Osvaldo Zotto(1963–2010) 역시 세계적인 탱고 무용수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일찍 세상을 떠나셨지만요. Miguel과 Osvaldo Zotto 형제는 율리우스 선생님이 처음 아르헨티나에 갔을 때부터 찾아가 배우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선생님들입니다. 저도 율리우스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이 분들의 영상을 보면서 탱고를 배우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이번에 선생님의 선생님인 Miguel Ángel Zotto에게서 직접 개인 레슨을 받고 왔습니다.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Miguel은 2012년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유럽 최초의 탱고 전문 학원인 Zotto Tango Academy를 열었고, 지금도 밀라노에 있습니다. 율리우스 선생님이 미겔에게 밀라노로 찾아가겠다고 연락을 해서 레슨 약속을 잡았어요. 오랜만에 하는 연락이라 율리우스 선생님도 조금 긴장된다고 하셨지요. 미겔은 7월 중순에 이탈리아 남부에서 열리는 탱고 페스티벌에 참여해야 해서 원래는 저희가 밀라노로 갈 수 있는 일정과 어긋날 뻔 했는데요, 감사하게도 우리를 기다려주어서 레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밀라노에 머무는 동안 탱고와 밀롱가 레슨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의 선생님이기 때문에 아브라소와 여러 가지 기본들이 제가 추던 그대로라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는데요, 걷기와 히로에 대해서 미겔이 해주었던 조언들이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미겔의 탱고 철학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배운 내용을 되짚어보며 계속 연습하고 있습니다. 함께 레슨을 받은 율리우스 선생님이 미겔의 수업 내용을 제가 이해한 것보다 더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하셨기 때문에, 밀라노에서는 어렴풋하게 이해했던 것들이 지금은 훨씬 명확해졌습니다. 미겔이 짚어주신 것들이 점점 더 몸에 붙으면서 선생님도 그리고 저 스스로도 저의 춤이 달라진 걸 느끼고 있어요.

미겔은 율리우스 선생님을 프로 무용수이자 친구로 기억하고 있고, 또 율리우스 선생님이 저를 미겔에게 파트너로 소개해 주신 덕분에 여전히 부족함이 많은 제가 탱고의 전설인 미겔에게서 직접 배우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미겔은 저를 위해서 여자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동작들도 알려주시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인 율리우스 선생님을 위해서 남자가 발재간을 부리는 재밌는 동작들도 알려주셨지요. 명불허전 미겔 앙헬 소또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뜻깊은 시간들이었습니다. 특히 눈 앞에서 직접 본 미겔의 걸음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영상으로 본 것보다도 훨씬 멋졌어요.

Zotto Tango Academy에서 열리는 밀롱가도 가보았어요. 춤 잘 추는 미겔의 젊은 제자들도 한두 명 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나 밀라노에서나 밀롱가에 가면 춤 잘 추는 사람은 소수이고, 얕게 배워서 캐주얼하게 즐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어쩐지 밀라노에 가니까 춤이 더 잘 춰져서, 선생님과 신나게 밀롱가를 즐겼고 운 좋게도 춤 잘 추는 남자분들에게서 춤 신청을 받아서 기분 좋게 춤을 췄습니다. 아르헨티나 사람인 미겔은 밀롱가에서 월드컵 경기를 틀어 놓고 열심히 보시더라고요. 하하.

선생님과 저는 이탈리아에서 돌아오자마자 미겔에게서 배운 내용들을 아름다운땅고아카데미 수업에서 가르쳐드리고 있습니다. 레슨 받은 동작들은 중급, 중상급, 상급 수업에서 수준에 맞게 가르쳐드리고 있고, 초급과 초중급에서는 밀롱가 기초를 커리큘럼에 추가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밀롱가는 중급 이상의 수업에서만 했었는데, 여러 수강생들이 배우시는 걸 지켜보니 밀롱가 뜨라스삐에에 익숙해 지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초급에서부터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미겔은 개인 레슨을 스페인어로 했습니다. 단체반 수업이나 밀롱가에서는 이탈리아어를 합니다. 율리우스 선생님은 스페인어를 하시고, 저는 이탈리아어를 하기 때문에 마침 미겔이 이탈리아에서 가르치고 있는 것이 우리에게는 행운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밀라노에 가서 더 배워야겠습니다. 밀롱가 개인 레슨 때 뚱땅거렸던 게 지금도 부끄럽네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왜 그 정도 밖에 못했을까요. 하긴 미겔이 리드하는 밀롱가를 팔로우 해봤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저에게는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다음에는 꼭 더 잘하겠어요!!